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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한여름 무더위도 처서를 지나니 조금씩 물러가고 있는 요즘, 우리 곁에 살며시 보랏빛 꽃의 무리가 다가와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변에서 흔히 봐서 익숙하지만 무심코 지나갔던 이 식물의 정체는 바로 ‘맥문동’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의 생김새가 겨울을 이겨내는 보리를 닮았다 하여 맥문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사계절 내내 푸르고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좁은 폭에 길쭉하게 뻗은 푸르른 녹색 잎은 마치 난과 닮았고, 작고 연한 자주색 꽃은 이삭처럼 층층이 뭉쳐 피며 꽃이 진 뒤에는 둥근 열매가 점점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게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맥문동의 뿌리는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고 체력을 기르는데 좋다 하여 한방약재로도 쓰인다. 공기정화능력도 있다고 한다.
맥문동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다 보니 아파트 화단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꽃의 크기가 작다보니 제대로 보랏빛 물결을 보고 느끼고 싶다면 수만 포기가 한 데 심어져 있는 태화강철새공원 보라정원을 가보길 추천한다.
보라정원은 태화강국가정원 삼호지구 안 태화강 철새공원(삼호대숲)에 자리잡고 있는데 과거에는 소나무 숲 아래 그늘진 곳이라 잡초만 무성했던 곳이다. 사실상 버려진 공간이었던 이곳을 지난 2016년부터 맥문동을 심으며 꼼꼼하게 관리하고 군락지를 조성한 덕분에 이제는 보랏빛 향연이 펼쳐지는 울산 대표 맥문동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햇빛이 비치는 맥문동 군락을 보고 있으면 푸른 소나무와 맥문동의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워 마치 보랏빛 융단을 깐 것처럼 그야말로 장관이다.
맥문동의 꽃말은 기쁨의 연속, 인내, 겸손이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야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보랏빛 자태와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더 늦기 전에 맥문동의 보랏빛 유혹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