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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주민 김동석
세월이 꽤 흘렀나 보다. 내가 대구에서 다녔던 중학교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국사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날 들려주신 선생님의 대학 시절 이야기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때 내게는 매우 이상하게 들렸지만, 선생님께서는 대학을 가기 전이나 대학을 가서도 공부하는 것이 그리 큰 기쁨이 아니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미친 듯이(선생님 표현에 의하면) 공부하고, 통행금지 전에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밤하늘의 영롱한 별빛이 온몸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던 중 불현듯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율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도 하셨다. 그 느낌은 자신에 대한 뿌듯함, 만족감, 자신감, 자긍심 등의 감정이 교묘히 결합된 감정이었다고…
선생님은 경험담을 들려주신 후 우리들에게 공부는 마지못해 하는 ‘노동’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이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전율 같은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한다는 말씀이었다. 이순(耳順)이 넘은 지금도 그 말씀을 잊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 나름 열심히 달려온 것만으로도, 선생님의 교훈은 지금도 내게 살아 숨쉬고 있음이리다.
오늘따라 국사 선생님이 몹시 그립다. 이번 주말에는 집 근처 대학 도서관을 한번 찾아야겠다.